DIARY IN PRAGUE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리다

라이꼬끼 2022. 1. 24. 23:46

오미크론에 걸렸다. 듣던 대로 감기 정도가 맞았다. 하지만 가볍게 취급할 수는 없는 게 목이 너무 따가워서 말을 잘 못할 정도의 심한 열감기 정도였다. 후각도 거의 일주일 동안 잃었었다. 후각을 잃은 마지막 한 주가 굉장히 우울했다.

11일 동안 코로나를 앓고 아직 완벽하게 나은 것은 아니라 드물게 기침도 하고 편도도 조금 부어있다.

 

겪은 증상

전체 (11일간)

발열, 오한, 기침, 관절통, 코막힘, 콧물, 후각 상실

 

0일째 (열나기 전)

이마, 코 쪽에 무게감이 느껴졌고,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하여 감기가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1일째

오한이 왔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5도를 넘어서 진통제를 먹었다. (해열제 부루펜 성분 = 이부프로펜 = 진통제 성분)

하루 동안 진통제를 네 알 정도 먹었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검사를 위해서는 사정상 보험사 문의를 먼저 해야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다음 날 했다.

기침을 많이 한다. 뱉어내면 끈적하지만 투명한 게 나온다. 누렇지 않아서 가래는 아닌 것 같다.

 

2일째

계속 열이 나서 진통제를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3시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기침과 투명한 액체는 여전하다.

약간의 오한, 관절통이 있다.

 

3일째

오미크론 확진이다.

열이 가라앉았지만 기침은 여전히 많이 한다. 목이 따가워서 말을 하기 힘들어지고 목소리가 변해졌다.

기침과 투명한 액체는 여전하다.

약간의 오한, 관절통이 있다.

 

4일째

약간 낫지만 증상은 여전하다. 목이 여전히 따갑다.

남자 친구가 옮아서 종일 열이 나고 똑같이 기침을 한다.

 

5일째

많이 나아졌다. 아직은 5분에 한 번 정도 기침을 한다. 목이 여전히 따갑다.

남자 친구는 열은 바로 내려갔는데 기침은 여전히 한다.

 

6일째

일어났을 때 편도가 퉁퉁 부었다.

후각 상실. 뭘 먹어도 단, 짠, 신, 매운 것만 느낄 수 있다. 목이 여전히 따갑다. 가끔 기침을 한다. 코가 자주 막힌다.

 

7일째

자고 일어난 직후에만 목이 따가웠고, 그 이후로는 목은 괜찮다. 하지만 후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편도가 부어있고, 가끔 기침을 한다. 코가 자주 막힌다.

 

8-10일째

편도가 부어있다. 가끔 기침을 한다. 후각이 돌아오지 않는다.

 

11일째

편도 붓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늦은 오후부터 후각이 돌아왔다. 가끔 기침을 한다.

후각이 돌아온 건 거의 일주일 만이다.

 

체코에서 PCR 검사 무료로 받기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

체코에서는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PCR 검사를 무료로 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확진자 접촉자로서 보건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2) 의사가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무료 검사 명단에 등록해줘야 한다.

나는 아직 거주 허가증이 안 나왔고, 체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의사가 배정도 안 되어있기 때문에, 무료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보험사에 문의를 하기로 했다. 참고로 체코를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는 개인마다 의사를 배정한다... 우리나라처럼 원하는 병원 아무 데나 방문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다음날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체코어로 보험사에 연락했다. 보건부에 전화해보라고 안내를 받았지만 보건부 측에서는 백신 안 맞으면 무료 검사가 안 된다고 했다. 보험사에 다시 문의했더니 그렇다면 사비로 검사를 받으란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그냥 병원 방문하게 의사를 배정해달라고 했다. 처음에 거절하더니 열나고 기침하고 증상이 이런데 진료를 받아야지 않겠느냐고 하니 배정해주었다. 보험사로부터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얻었고, 의사의 이메일 주소로 몇 가지 개인정보와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보냈다. 몇 시간 째 답변이 없어 의사에게 전화했고, 코로나 증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원하지 말고 바로 검사받으러 가라고 등록해주었다.

검사할 때는, 보통 개인마다 갖는 플라스틱으로 된 보험 카드를 내면 거기에 적혀있는 정보로 등록 확인을 한 후 검사를 진행한다. 나는 보험 카드가 없지만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보험 번호가 있고, 임시 주민등록번호가 있기 때문에 이 정보들과 내 여권으로 등록 확인을 진행했다. 임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나니 내 이름이 떴는지 등록을 도와주시는 분이, "이게 되네?" 하셨다.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하는 것이었나 싶지만, 거주 등록 절차를 기다리는 중에 생긴 일이므로 어쩔 수 없다.

 

마무리

코로나를 최대한 피하고자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지만 그럼에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운 나쁘게 걸릴 수 있고, 그래서 걸렸다... 오랜만에 38도가 넘는 열이 나면서 무섭기는 했는데, 이틀 만에 사라지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6일 간 후각을 잃었었다. 피자를 먹든 고기를 먹든, 맛이 똑같았다. 라면을 먹든, 비빔밥을 먹든, 똑같이 맵고 짠 음식일 뿐이었다. 굉장히 우울했다. 후각이 삶의 기쁨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영구적으로 잃을까 봐 두려웠다. 마침내 후각이 돌아온 순간에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 가지 작은 기쁨이라면... 코로나에 걸려서 항체가 생기게 되어, 백신 패스와 같은 효과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체코에서 반년 동안 식당, 스키장, 여행 등 백신 패스로만 갈 수 있는 곳들을 제한 없이 갈 수 있게 되었다.